지난 24일 서울 반포동 레미안원베일리 아파트 단지 앞 상가에서 만난 김모씨(45)는 “상가 식당도 아직 오픈하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라며 혀를 내둘렀다. 강남 최고 요지의 신축 아파트인 원베일리는 지난 8월 말 입주가 시작됐다. 듬성듬성 비어 있는 상가와 말끔히 단장을 마친 증권사 PB센터들이 묘하게 대조를 이뤘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원베일리에 들어온 것은 고액 자산가들 때문이다. 원베일리는 3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인데 주변에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등 고급 아파트가 즐비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만 가구가 넘는 부자 고객을 커버할 수 있는 지점”이라며 “고객 입장에서도 발품 팔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간 경쟁은 벌써 후끈 달아올랐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투자, 세무, 부동산 관련 무료 세미나를 열면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최종구 삼성증권 반포WM지점장은 “최근 연 첫 번째 투자 세미나에는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몰리면서 좌석이 모자랐다”며 “고액 자산가에 특화한 정보에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고 평가했다. 스타 PB인 윤향미 GWM반포센터장을 투입한 유안타증권은 센터가 기획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 대주주와 최고경영자(CEO) 등을 겨냥한 ‘기업 오너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성장주에 대해선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이혜정 한국투자증권 반포PB센터장은 “내년 금리 하락과 반도체 업황을 고려하면 성장주, 반도체, 헬스케어가 수혜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성우 미래에셋증권 투자센터 반포센터장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고 금리도 내려가기 때문에 빅테크 주식은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융자산의 30%는 미국 또는 한국 국채, 30%는 해외 주식, 나머지 40%는 신흥국과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PB센터장들은 원베일리가 다른 부촌과 다른 특징으로 “영리치(젊은 부자)가 많다”며 “투자 성향도 전통 부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혜정 센터장은 “고객 중 30대 영리치가 많아 좀 놀랐다”며 “이들은 비상장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도 적극적으로 투자 대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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